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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미나- 주제발제: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향(이상해: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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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09:36 조회3,0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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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향
이상해(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1. 이끄는 글

이 글의 목적은 우리나라 절 불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절 불사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다. 이 글에서 발표자는 넓게는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사의 문제점과 당면 과제에 대해, 좁게는 실상사 복원 불사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절 불사는 눈에 보이는 부문과 연관하여 살펴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부문들, 예를 들어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활동과 관계되는 것, 재가 불자와 관계되는 것, 절이 위치한 곳의 공동체와 관계되는 것 등과 연관하여 살펴볼 수도 있다. 발표자는 이 중에서 눈에 보이는 부문과 관계되는 불사, 다시 말하면 유형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절 불사의 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오늘 살펴보고자 한다. 유형적 측면을 가지고 절 불사를 살펴보아도, 그 내용은 불사의 무형적 측면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며, 발표자의 전공이 유형적인 것과 관계되는 건축 분야이기 때문에 유형적인 부문에 한정하여 발표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절 불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리나라의 ‘전통사찰보호법’과 ‘문화재보호법’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을 보존하여 민족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전통사찰보호법 제3조에는 “누구든지 전통사찰의 존엄 및 수행 환경을 존중하고 이를 훼손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각종 공사나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자는 전통사찰의 역사적·문화적 가치 등을 훼손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전통사찰의 존엄 및 수행 환경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법으로 사찰 주변에 각종 공사나 개발 사업을 함부로 시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수행환경을 보호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된 문화재가 있는 전통사찰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각종 건축 행위 등을 문화재 보호구역에 할 경우 해당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함으로써 전통사찰의 수행환경을 보호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향 모색’에 관한 세미나를 갖게 되었다.
사찰 경내 밖에서 외부 세력에 의해 일어나는 위락시설, 온천, 골프장, 야영장, 호텔, 석산, 저수지나 댐, 도로, 임도, 휴양림, 광산 개발이나 건설 등으로 사찰 주변 환경이 오염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늘 이와 같은 세미나를 갖게 된 중요한 외연적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어느 특정 사찰이나 종단 자체 내에서 기획하여 사찰 경내에 실시하는 불사에 문제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성찰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불사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데에 있다.
현재 많은 사찰에서 경내에 불사를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구나 당장 그 이유로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는, 사찰의 옛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사찰의 모습을 시대에 맞게 중신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많은 전통 사찰이 전 시대에 세워졌기 때문에 현대사회에 맞도록 개선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많은 승려와 신도가 참여할 수 있는 예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요사 등 수행승들의 거주 공간이 좁거나 부족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불교 유산인 성보를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건물을 짓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국민 다수의 소득의 증가와 경제적 여유로 인한 요구의 변화와 이를 수용할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일으키는 불사, 사세의 확장을 주요 목표로 하여 일으키는 불사 등, 등이 있다. 이러한 많은 불사는 해당 사찰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그리고/혹은 신도들이나 독지가로부터 받은 후원금 등으로 시행되고 있다.

2. 우리나라 절 불사 성찰에 대한 전제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 사찰의 불사는 크게 사찰 경내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경외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발표자가 오늘 논의하고자 하는 불사는 사찰 경내에서 이루어지는 불사가 주 대상이고, 그 불사가 기존 사찰의 환경을 깨트리거나 훼손하기 때문에 절 불사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건물 배치) 특성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전통사찰의 배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불사의 문제점에 대해 성찰적인 시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불교가 들어오면서 세워지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세워지고 있다. 이렇게 1,600년이 넘도록 긴 세월에 걸쳐 세워진 수많은 사찰들은 시대별, 종파별로 건물배치와 건물형식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통적으로 중국 사찰건축의 배치와 형식에서 벗어나 한국불교와 건축이 긴 세월을 거치면서 스스로 정립한 사찰건축의 특성을 이루는 몇 가지가 있다. 그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사찰이 들어서는 주변과 하나가 되도록 터를 잡아 건물을 세워 수행을 위한 청정도량으로 삼았다. 이러한 터잡기는 불교의 영지 신앙, 풍수 등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졌으며, 사찰 주위의 산의 형세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사찰은 터에 바탕을 두고 건축되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장소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건축이다. 한 건물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 건물과 상관되는 주변의 모든 상황이 고려되었다.
둘째, 사찰에 들어서는 건물들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맺으며 집합을 이루며 배치되었다. 각 건물은 부분으로써 그 역할을 다 하면서 항상 전체 속의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각 건물들 사이의 관계 짓기는 한국 전통사찰 건축의 중요한 특성을 이룬다. 단위건물은 그 하나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그 본래의 의미를 지니게 설계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전체성에 바탕을 두고 건축되었다. 이 전체성은 부분과 전체, 인간과 자연 등 모든 차원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건축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단위건물은 그 자체로서 보다는 그 건물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가 더 중요시되어 들어섰다. 한국건축의 외부공간은 그러한 이유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셋째,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건물을 세우지 않고 땅을 비워두어야 하는 곳과 건물이 들어서는 곳을 설정하여 그곳에 건물을 세워,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전통사찰에서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그냥 비워둔 곳은 건물이 들어선 곳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배치됨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통사찰은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통일성을 이루며 다양한 변화가 있는 외부공간을 형성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전체성 속에 다양성과 변화를 가진 건축으로 조성되었다.
넷째, 이렇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에는 주변 환경과 조화하는 건축공간 형식이 내재되어 있고, 또 자연에 대한 정서가 배어 있는 건축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에는 단위 건물 하나하나의 외관에 나타난 의장적인 디자인의 중요성보다는, 자연과 어우르는 방식 등이 더 소중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나라의 사찰건축이 모든 것과 공생, 공존, 공영하는 건축으로 승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3. 우리나라 절 불사의 성찰

오늘 발표자는 이상 요약한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과 방향 모색’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전통사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절 불사는 그 건물의 기능이 무엇이든지 간에, 발표자가 위에서 말한 우리나라 사찰건축의 특성이란 잣대를 가지고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잣대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절 불사는 전통사찰이 주변과 하나가 되도록 터를 잡아 건물을 세우려고 애쓴 것에 비해 그렇지 못하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 있다. 사찰 주위의 산의 형세 등을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하며 건물을 새로 짓는지, 도로를 새로 내는지 성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이 들어서는 터가 가지는 장소의 중요성에 대해 경시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 들어서는 건물이 이미 서있는 건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들어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를 얼마나 하였는지 가늠이 잘 가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사찰 경내에 비어 있는 땅이 있으면, 그곳을 새로 지을 건물 터로 간주하여 건물을 짓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워둔 곳은 건물이 들어선 곳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 소중함을 알고 있지 못함에 대해 우리는 성찰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경내에 건물이 들어설 마땅한 터가 없으면 경내를 에워싸고 있는 청룡이나 백호 등에 건물을 짓는 사례까지 있는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사항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절 불사를 보면, 건물 규모가 기존 건물보다 월등하게 큰 점이다. 우리나라 사찰건축의 주요 특성 가운데 하나가 사찰에 들어서는 건물들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맺으며 건물들 서로 간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 들어서고 있는 건물들은 기존 사찰과 균형을 깨며 비집고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다른 많은 문화재와 달리 지금도 승려들이 그 속에서 수행을 하고 있고, 신도들이 찾아와 참배를 하는, 살아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화유산이자 수행공간이다. 사람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라면 현대 생활에 맞는 시설과 집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발표자는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이 일률적으로 모든 문화재에 대해 동결 보존하는 데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어서 증식을 하게 된다. 성장과 변화를 해나간다.
그런데, 전통사찰의 고유한 특성이 살아 있으면서 현대에 필요한 건물이나 시설을 더 짓게 된다면 오늘 이와 같은 세미나는 필요 없을 것이다.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런 현실을 발표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조망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전통사찰일수록 사찰 자체를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유적과 명소들로 인하여 사찰 본래의 기능뿐 아니라, 심산계곡을 찾아 여가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관광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찰 경내는 수도 도량의 신성한 분위기를 제대로 유지하지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통사찰 건물들은 현대사회에 적합한 공간과 시설을 제대로 수용하기가 어려운 여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들은 일반신도들이 법당에 들러 참배하고 나면 더 이상 앉을 곳도, 이야기를 나눌 곳도, 쉴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사찰은 법당과 공양간(식당)이 전부였다고 할 정도로 독실한 신도들에게까지도 ‘열린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사찰은 사부대중들로부터 ‘닫힌 사찰’에서 ‘열린 사찰’로 변환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이제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성스러움을 지키는 사람들만의 공간은 물론이고, 성스러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확보하여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찰의 성스러움을 잃자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생활과 문화활동도 담보하는 공간이 사찰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사찰을 두고 ‘열린 사찰’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 사찰은 ‘열린 사찰’로, 새로운 공간을 가진 사찰로 재창조되어 진리를 향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울어 나오는 곳이 되어야 한다. 현대사찰은 스님들만의 범접하기 힘든 수행공간으로 인식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속을 둘로 가르는 곳이 아니라 합일되는 곳이어야 한다. 폐쇄적이고 권위에 찬 서구 중세 수도원 같은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찰이 전통적인 의미로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보존되어야 할 것이 많을수록 사찰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체에서 멀어져 폐쇄적인 제한구역으로 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불평등사회, 계급사회에서 민주사회로 가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합한 사찰공간의 창출이 필요하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전통사찰에서는 불사를 필요로 하게 된다.


4. 우리나라 절 불사의 바람직한 방향의 모색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건축 행위를 가지고 흔히 시대에 비유한 말들을 한다. 그 중에서도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시대를 살며 어떻게 건물을 세우느냐에 따라 세워지는 건물의 형식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는 말에는 또 다른 뜻이 담겨 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을 하여야 한다는 뜻이 바로 그것이다. 시대에 소용되지 않는 건축은 무의미한 건축이다. 이 말은 절 불사에도 유효하다고 발표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찰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며 그 시대에 소용되는 신앙을 위해 불사를 해 왔다. 그래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사찰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이는 어느 시대의 사찰건축이 더 훌륭하게 조성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시대에 필요한 사찰, 즉 절 불사가 요구된다.
종교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시대와 함께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개인의 구원과 내적 수행에 못지않게 사회적 사명의 완수를 위해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1세기에 들어서서 한국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고, 그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불사가 오늘날 이루어져야 하는 가를 재조명해야 한다. 이것은 무조건 큰절이나 대불, 큰 건물을 조성하자는 것과도 다르고, 절터만 남은 곳에 무조건 옛 건물을 지금 ‘복원’하자는 것과도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발표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들은 신앙의 기본 도량으로서, 그리고 현대적 역할을 수행하는 도량으로서 그 기능을 충족하기에 많은 애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애로점을 극복하는 절 불사가 참다운 의미의 이 시대의 불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시대의 불사는 우리나라 전통사찰이 그러하였듯이, 자연과 건축과의 관계라는 명제를 새로운 건축의 형식으로 회복하는데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 전통사찰 건축은 주변 자연 지세와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배치와 건축 형식을 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 사찰건축의 특성이다. 사찰에 들어선 전각들은 경내와 자연을 하나의 유기적 체계로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찰은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장소와 환경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닦는 살아있는 장소로서 사람들에게 신성한 것, 정신적인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한다.
그것은 건축을 자연보다 우월한 가치로 보지 않는 사고, 건축과 자연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터의 이해, 주변 환경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건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자연과 생태적으로 교감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절 불사는 이러한 전통사찰의 자연과의 관계를 유념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자비로 충만한 불심과 자연과의 생태적 교감이 있는 공간이 자랑이던 청정도량이 여러 가지 이유로 훼손당하고 있다.
발표자는 우리나라 절 불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기존 수행도량이 현대생활에 불편한 시설이나 구조를 하였다면, 그것을 현대생활에 맞게 고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로서 불교가 현대사회에 해야 할 새로운 기능을 충족시킬 시설이나 건물이 필요하다면, 제2의 창사와 같은 불사를 기존 경내에서 벗어난 곳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기존의 사찰은 수행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건물은 새 터에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전통사찰이 자리 잡은 거의 모든 곳은 자연․생태환경이 아주 우수하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자연과 공생, 공존하는 불사를 한다면, 자연과 건축 사이의 경계가 지워질 뿐 아니라, 주객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주객이 변하고 서로 섞이며 쉽게 합쳐지는 사찰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 중심주의, 물질 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이른바 생생지리(生生之理)에 따라 생명의 율동을 구가하는 사찰건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사찰 경내에 새로운 기능을 가진 건물을 집어넣을 경우에도, 지금 말한 건축 이념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다면, 기존 건물과 균형을 잃게 되는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5. 에필로그

우리나라 절 불사에 대한 성찰의 주요 대상이 되는 불사는 무엇보다도 사찰 경내에 건립하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불교 유산의 숫자에 견주어본다면 사찰/성보 박물관은 반드시 필요하고, 아직 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점은 지금 지어진 많은 사찰 박물관은 계획과 전문성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터의 선정, 주변과의 관계, 마스터플랜, 건축 형식, 전시 방식, 전문 인력의 확보 등의 측면에서 말 그대로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하고 싶을 정도로 문제점이 많다. 박물관은 전시품의 성격에 따라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사찰에 건물을 지을 때는 사찰의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해서는 안 된다. 사찰 박물관도 예외가 아니다. 사찰에 세워지는 박물관의 위치와 건축 형식은 도시의 박물관과는 달리 방문객의 접근성이나 기능의 효용성만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 사찰이 수행공간이기 위해 유지해야 할 분위기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면 사찰/성보 박물관은 사찰 경내에서 옆으로 비켜서거나 바깥으로 물러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사찰의 유산은 거의 모두가 신앙의 대상이므로 원래의 위치에 두고 유지 관리해야 하겠지만, 유산의 종류에 따라 도난이나 훼손의 위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물관을 지어 보존, 관리를 할 수 있다. 박물관이 박물관으로서 온당한 기능을 수행한다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상당한 사찰 박물관 중에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찰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사실 자체에 급급하여 전시, 보존, 수리, 조사, 연구, 교육, 홍보, 운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준비가 없이 세운 것들이 많다. 이에 더하여 운영 예산 등 재원의 부족, 전시 유산의 부족, 전문 인력의 부족 등으로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찰 박물관도 아주 많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 사찰/성보 박물관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여건이 갖추어졌을 경우, ‘무엇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와 관계되는 전시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 사찰/성보 박물관은 이런 측면에서 수준 이하라고 해야 한다. 전시디자인을 한 다음에 박물관을 짓지 않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관람자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이며, 관람자는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의 상품 진열 방식이 바뀌고, 사무실 집무공간 배치 방식이 바뀌고, 공항의 대기실이 바뀌듯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전시실 디자인도 변화해야 한다.
전시디자인의 가장 고전적인 지침들을 보면, “전시의 관람객들이 누구인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주변에 들어서는 사찰/성보 박물관은 관람객과 전시물 간의 가슴 설레는 만남보다 전시물의 권위에 존경심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전시가 더 많고, 심지어 전시물 보호에 급급한 전시실을 흔히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찰/성보 박물관은 전시대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정적인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앞으로의 박물관은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사찰 박물관 모습에서 벗어나, 흔히 말하는 전시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뀐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일상의 긴장에서 벗어나 편하게 쉬면서 자연과 역사와 문화와 교감하고 체험하는 공간이 있는 박물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박물관은 건물 외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잘못된) 관심을 집중하는 반면, 전시디자인 부문에서는 그렇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전시해야 할 것을 그냥 진열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사찰/성보 박물관은 전시 공간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건물과 공간 내외부를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설계가 된 건물이 되어야 한다. 경관이 수려한 자연에 위치한 산사일수록 이러한 박물관을 세우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이번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사찰의 불사가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요 전통사찰의 입지 환경에 대한 일제 조사를 해서 어느 특정 사찰에 불사를 할 경우 건물이 절대 들어서서는 안 될 지역, 들어서도 좋은 지역은 물론이고 건물의 볼륨까지도 통제하는 ‘우리나라 사찰 불사 기본지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사찰 불사 기본지침이 만들어져서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청량한 환경이 보존되고 관리되기를 바란다. 사찰 경내에 빈 땅이 있으면 모두 가용지라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로 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처리기준안을 만드는 용역이 많이 발주되고 있다. 문화유산이 있는 도시나 장소 주변의 디자인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찰 불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사찰 불사 기본지침에 근거하여 시행되었으면 한다. 이 지침은 물론 우리나라 사찰이 위치하고 있는 입지조건과 주변 환경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해석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침이 시행될 때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진정성과 완전성은 온전하게 유지될 것이고, 이 시대에 필요한 불사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된다.

※ 이상해 교수님 발제 후 슬라이드 상영과 함께 설명.
미륵사지, 일본 교또 남쪽의 우지(宇治)시에 있는 평등원(平等院)
평등원 사찰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7년을 준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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