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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미나 제3 주제발제 절과 마을(이경재 : 실상사 작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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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09:51 조회2,7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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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마을

● 사회자 안상수
제3부는 이경재 선생님의 발제를 듣고 생명평화운동을 하는 실상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생명평화결사 수지행 사무국장의 토론을 듣겠다. 오늘 토론자로 이원규 시인도 오기로 되어 있는데 대운하관계로,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100일 순례기도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책임을 이원규 시인이 맡고 있는데, 도법스님과 이원규 시인이 함께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오지 못했다.

■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절과 마을
이경재(실상사 작은학교 교장)
 



1. 들어가기

이 주제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실상사 복원불사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듯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얼마만큼 연관성이 있느냐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나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실상사 복원불사가 가져가야 할 이시대의 지역성과 공동체성의 의미를 잘 담고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쉽기도 하고 부끄러운 점은 발제자인 제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전혀 전문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깊게 고민할 짬도 없는 분주한 작은학교의 교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의 일원으로 약 10여년을 산 재가자의 한사람으로서 소박한 바람을 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낸 것이니 토론자 분이나 참석하신 전문가들께서는 비록 내용이 허술하더라도 발제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지를 잘 살펴서 좋은 약으로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절과 마을의 공통점과 관계성 및 이 시대의 바람직한 절과 마을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 입장이 아닌 절과 마을을 들락날락하는 지역주민이자 사부대중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소박한 입장에서 절과 마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담아 보겠습니다.



2. 절과 마을의 공통점과 관계성

절과 마을은 우선 우리들에게 친숙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친숙함은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이래로 약 1천 6백여년간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함께해온 역사속에서 찾을 수도 있겠고, 절과 마을은 각각의 역사와 삶의 철학에 기초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절은 부처님 당시에는 출가집단의 수행공동체로서 시작하여 연면한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은 출.재가가 함께하는 사부대중공동체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마을 또한 예전의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성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이 살아왔고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조건들이 합쳐져서 지금 우리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공동체입니다.
절과 마을은 각각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도 일정한 지역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에서 중요한 공통점이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마을과 절이 함께 그 지역의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지역공동체로서의 관계성은 산내면을 중심으로 실상사와 주변 마을을 생각할 때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는 실상사는 과거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오늘날 산내면의 작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실상사와 산내마을의 과거와 현재

1) 먼 과거속의 실상사
사실은 먼 과거라고 하지만 실상사에 대한 역사적 고증이나 자료를 참고하지도 않았으며 쳬계적 연구를 할 식견도 갖추지 못하고 있기에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실제로는 제가 알고 느낀 제 기억 속의 실상사입니다. 선종사찰로서 지방호족들에게 철학적 정치적 이념을 제공한 실상사는 한때 3천대중이 사는 대가람이었다고 합니다. 저의 식견이 좁을 때는 ‘우와! 스님이 3천명이나 사셨던 큰 절이었구나’ 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지나가는 가르침 속에 그 3천대중은 수행과 교화를 담당하신 출가스님과 절을 중심으로 신앙과 자신의 생업을 함께한 지역재가자들을 합친 수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실상사의 과거 모습을 통해 절과 마을은 분리된 각각의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함께 조화를 이루어 살아온 지역공동체의 두 축 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20여년간 실상사가 지역과 함께해온 삶의 모습은  지난 과거와 단절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전통사찰로서의 출가본연의 길을 가는 실상사
저는 지금과 같은 실상사의 변화는 80년대말 90년대초에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선덕스님으로 계시는 도법스님과 뜻있는 스님들께서 20여년전 조계종의 새로운 승풍을 진작시키기 위한 원력을 세우고 실상사를 선우도량 근본사찰로 가꾸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어 94년에 2년과정의 화엄경을 전문으로 연찬하는 화엄학림을 열어 출가대중의 교학과 수행의 근본을 세워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결실은 올해로 화엄학림 10기 졸업까지 이어져 매년 훌륭하신 강사님들을 배출하고 있고, 더욱 기쁜 소식은 화엄학림이 바탕이 되어 3월부터는 3년과정의 연구원이 개설되어 불교교학 전문연찬의 산실로 거듭난다는 것입니다.

3) 농촌지역을 살려가는 역할로서 산내귀농의 중심이 되는 실상사
화엄학림에 이어 실상사의 자립을 목적으로 시작한 실상사 농장이 바탕이 되어 98년에 시작한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는 이후 산내지역의 활기찬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농장과 귀농학교가 이루어지면서 불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정신에 따라 지역민의 생태적 자립적 삶의 변화와 생명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즉, 노인들 속에서 정체되고 점점 더 마을공동체의 정신이 사라져 가는 농촌의마을의 바람직한 대안을 지역민과의 삶속에서 모색하는 (사)한생명이 생겨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와 고통이 아니라 희망과 아름다움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실상사 작은학교는 물론, 생명평화 운동의 중심이 되는 생명평화결사, 지리산지역을 생태적으로 가꾸고 지켜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리산 생명연대, 산내 지역민의 친환경농업을 선도하고 생산과 가공.유통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지리산 영농조합에 이르기까지 실상사가 중심이 되어 해온 일이 만만찮습니다. 또한, 실상사 귀농학교와 작은학교가 있는 옛 인드라망 교육원 부지 만 여평에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는 20여가구 전원마을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실상사는 산내면이 오늘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귀농인들이 모이는 곳, 가장 젊은이가 많이 사는 농촌지역으로 변화시켜낸 정신적 지주와 비빌 언덕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근본도량이기도 한 실상사는 지난 20년간 산내지역 변화의 중심이 되어왔고 산내지역이 인드라망 제 1실현지가 되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모태가 되었습니다. 실상사의 최근 20년사를 보면 앞의 10년은 전통승가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한 것이라면 뒤의 10년은 실상사를 중심으로 절과 마을이 이 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지역공동체를 새롭게 일구는데 실상사가 그 중심 되는 역할을 한 것을 우리 모두 기꺼이 동의할 것입니다


4. 실상사 복원불사에 거는 기대

- 다정한 이웃으로서의 절과 마을관계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이와 같은 역할속에서 실상사와 지역공동체의 관계성을 살펴볼 때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 산내에 들어와 산지 햇수로는 10년이 됩니다. 제가 거의 산내지역 귀농의 1세대로서 그때 산내를 기웃거린 사람들은 5-6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을 포함하면 10여년 사이에 귀농인구는 약 25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상사는 도시 귀농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대안적 삶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것은 지역민과 실상사의 관계가 소원해진 듯 한 느낌입니다.
제가 이 지역에 처음부터 사셨고 지금도 실상사 신도이거나 아닌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또한 40대 후반의 아저씨 아줌마들을 통해 들은 실상사는 큰 절이었다고 합니다. 주변 암자에 비해 큰 절이었다는 의미도 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실상사에서 놀고 왔다 갔다 하면서 그분들의 어린 기억속에 담긴 실상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지금 절에 잘 오지 않는 분들도 그때를 회상하시는 말씀을 종종 해주셨습니다. 근데, 지금은 실상사가 타지에서 온 도회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설쳐서 왠지 가고 싶지 않거나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드나들었던 실상사에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실상사 복원불사를 계기로 실상사가 귀농인들만이 아니라 원래 산내를  지키고 실상사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시는 분들과의 다정스런 이웃으로서의 관계복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와 귀농인. 지역민과의 화해와 나눔의 중심으로서의 실상사
앞에서 살펴본 공동체적 관점을 넘어 절과 마을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사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때 우리는 또 하나 새롭게 해결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갈등을 넘어선 화해와 나눔입니다. 실상사 사부대중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출가대중과 재가대중들 사이에도 서로의 기대와 역할의 차이로 인해 보이지 않은 갈등이 있습니다. 사부대중공동체 내부의 갈등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실상사는 인드라망 산내지역 활동가들에게는 지속적인 불교적 가치를 배우고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귀의처이자  나눔의 공간이 되어야겠습니다.
또 하나, 우리가 중요하게 염두에 두고 풀어 가야할 일이 귀농인과 지역민 사이의 갈등과 화해입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초기에 귀농인이 적을때는 일어나는 갈등과 해결 모두 개인적 차원으로 치부해 왔고 사실 그 적대감도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귀농인이 250명을 넘어서면서 그 부딪히는 양태와 갈등의 정도가 개인적 차원으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귀농인들 사이에서의 갈등의 정도가 어떤 면에서는 지역민들과의 갈등보다 더 깊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준비 안된 귀농, 귀농인들의 농촌정서에의 무지, 지역민의 자연스런 배타성과 자존심, 경제적 이해관계 까지 맞물리면서 그 갈등양상이 혼재되고 있습니다. 이제 실상사는 지역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새롭게 대안적 일을 만드는 중심이 아니라, 사부대중공동체, 귀농인과 지역민, 귀농인들 간의 화해와 나눔의 중심이 되는데 그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어질 것 같습니다.

- 닫힌 산중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서의  실상사
앞에서 열거한 성과를 잘 이어가고 지역공동체에 새롭게 대두된 일들을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린 생각들과 다양한 대안들이 실상사를 중심으로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역문화공간으로서의 실상사, 타종교와의 대화의 장으로서의 실상사, 특정 종교로서의 불교 건물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일깨워가는 가치관과 깨어있는 삶을 살게 하는 실상사 등등의 방향설정을 통해 지난 20년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더욱 더 바람직한 절과 마을의 관계가  쉼 없이 모색되면 좋겠습니다.


5. 마치면서

“모든 종교의 목적은 바깥에 큰 사원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선함과 친절의 사원을 짓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모든 종교는 그 내면의 사원을 지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달라이 라마님은 말씀 하셨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실상사 복원불사를 추진하는 모든 분들이 한번쯤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일구는 실상사는 절과 마을의 자연스런 만남의 장이 되어서 이 시대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할뿐만 아니라 다정한 이웃이 되고 그런 관계 속에서 불교가치가 자연스럽게 지역민의 삶속에 연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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