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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중창불사

1차세미나 제3주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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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09:53 조회2,3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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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행
발제자가 주로 현재 이루어져 있는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발제를 했기 때문에 보완하는 측면에서 발제에 대한 논평보다는 제 소견을 덧붙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제가 이곳 실상사에 처음 왔던 때는 98년이다. 복원불사를 위한 발굴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에는 묻힐 때가 되어서 묻힌 것을 굳이 왜 다시 파내나 하는 심정으로 바라봤다. 아마도 불사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나 보다.
저는 큰 사찰은 잘 찾지 않는 편이다. 순례 때문에 다니면서도 가끔 작은 암자에는 들러서 참배를 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유명사찰, 큰 사찰에는 잘 들어가 지지가 않는다. 큰 건물이나 법당의 큰 부처님도 위압감을 좀 주는 것 같고 주변환경도 조화롭지 못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99년부터 서울에서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일하다가 2002년에 이곳으로 왔는데, 당시에는 실상사 바로 옆에 작은학교가 있었고 귀농학교가 앞쪽 산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지역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해탈교 옆에 있는 건물을 한생명의 공간으로 개조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지역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 참고로 말씀드리면, 당시 실상사 주변을 네 구역으로 설정해 봤다. 첫째는 삼화리에서 뱀사골에 이어지는 관광지구, 둘째는 실상사 바로 옆에 있는 들판과 앞마을을 중심으로 본 농업지구, 셋째는 실상사에서 약수암, 삼정봉으로 이어지는 길(생태명상길이라고 명명했다), 넷째는 현재 귀농학교가 있는 지역을 생명문화교육단지로 설정했다. 그리고 한생명의 중점사업으로 환경농업지구 사업과 지역복지문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농촌공동체의 붕괴와 관련된 문제의식이 많았기 때문에 지역살리기의 측면에서 문제에 많이 접근했던 것 같다. 생태농업, 환경농업도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측면이 많았다. 환경농업지구를 생각할 때도 실상사에 찾아오는 관광객을 지역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하는 모색을 참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법스님을 모시고 4년 정도 전국을 순례하면서 농촌사회들을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경제활성화라는 측면도 여전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농업․농촌의 삶에서 가꾸어가야 하는 정신적인 가치의 부분들이 지역에 어떻게 하면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실상사가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동안 실상사에 살면서 나름대로 생각해온 것들 가운데 절 불사와 관련해서 몇 가지만 말씀드려보겠다.

첫째, 절 또는 도량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이다.
물론 이 우주 전체가 도량이고 여기 지리산, 지리산 계곡, 물, 들판이 다 도량이라고 폭넓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구체적인 불사이기 때문에 불사를 하고자 하는 도량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정해야 할 것 같다.
주로 절하면 사찰경내를 생각하는데, 저는 처음에 해탈교까지를 절의 경계로 생각했고, 해탈교 너머 뚝방길부터 인근을 다 도량의 개념으로 보았다. 그래서 첫 해 사업으로 해탈교 옆 느티나무에서부터 뚝방길의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시도했다. 느티나무와 해탈교 공덕비 근처에 있는 벤치나 뚝방길 조팝나무들이 그때 심은 것들인데, 그것은 실상사, 당시 환경농업지구예정지였던 실상들, 그리고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본 일이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생각해본 것인데, 실상사로 통하는 문은 과연 한 개여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찰이 물길을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서 일주문이나 사천왕문이 있다. 그러나 실상사는 지금 옆에서 들어온다.(실상사도 예전에는 길이 지금 해탈교 쪽이 아니라 마천 쪽으로 있었다고 한다. 천왕봉 방향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진 길) 저는 해탈교만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도 길들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관광객들이 해탈교로 들어와서 문화재만 관람하고 해탈교로 빠져나가는데, 그 이동경로를 면소재지 등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실상사에 와서 참배하고 문화재관람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상사 주변의 농지와 뚝방길들을 걸으면서 생태와 영성을 체험하는 명상길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면소재지 쪽으로 사람들이 오가게 되면 주로 그쪽 주민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자면 면소재지의 환경도 생태적인 방향으로 함께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건물의 높이나 넓이가 지리산이라든가 주변의 농지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흔히 실상사가 자리한 모습을 연화부수형이라고 한다. 밤에 실상사에서 하늘을 보면 제가 땅에 딱 닿아있고, 연꽃 속에 들어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아주 둥글게 내가 우주와 하나가 되어 껴안는 느낌인데, 이 느낌이 실상사 불사 이후에도 여기에서는 그대로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요즘 어디를 가든지 박물관, 기념관 같은 것을 많이 짓는다. 실상사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면, 저는 실상사의 유물을 보관하는 곳만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생태 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예로 산내초등학교만 가더라도 산내초등학교가 실상사에서 연유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처럼 실상사의 역사 역시 지역의 삶과 많이 연결이 될 것 같다.

셋째, 사찰 입구의 환경과 관련된 문제이다.
실상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실상사 입구에 상점이 많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대부분 사찰입구에 가면 음식점이 가장 많고 기념품 가게가 많고, 음식점은 고기집이고 기념품은 중국산인데 그런 가게가 많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이러한 말들은 절 입구의 환경도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실상사의 이미지로 연결된다는 것을 뜻한다.
요즘 오가면서 많이 생각하는 것은 실상사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천막가게들이다. 이후에 불사나 도량 정비 과정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비의 입장에서 내치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 하고자 하는 정신으로 끌어안는 방향에서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절과 마을이 공존공생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가 실상사 불사와 관련해서 오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일 것 같다.
덧붙여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사회에서 우리 실상사의 위상이 한 개의 사찰,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가 여기 살 때는 피부에 와 닿게 느끼지 못했는데, 순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상사는 생명평화운동에 있어서 지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실상사에 애정을 갖고 말을 걸어온다. 그만큼 실상사에 기대하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지역이라는 가치가 시대적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당장 실현은 안 되고 여기저기서 반대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이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하지 못한다.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가꾸어온 우리 실상사가 지역이라는 가치, 생태라는 가치, 그리고 공동체로 어울려 살고자 하는 실천 등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실상사사부대중공동체가 불사라는 뜻을 냈는데, 그 안에서 마을, 지역, 생태라는 가치가 더욱 우리 삶으로 녹아들어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도법스님
현실성이 없을지도 모르고 희망사항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걸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울산에 가면 현대라는 기업단지가 있다. 그 어마어마한 공장단지 가운데나 모퉁이에 아름다운 목조건축이나 아름다운 절이 한 채 있다고 해보자. 그러할 때 절이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주변들과 잘 어울렸을 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그렇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사찰과 사하촌의 관계를 우리가 불사를 생각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해인사라는 사찰을 보면, ― 물론 해인사는 공간이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 느낌이 덜할 수도 있지만 ― 해인사 바로 밑에 위락시설들이 늘어서 있다. 그런 것들이 해인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해인사가 일정하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인사가 정말 아름다운 절이 되려면 해인사가 있는 주변마을도, 지역사회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작업들도 어떤 형태로든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양으로서도 그런 고민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 삶의 내용으로서도 그렇다. 불교가 있어서, 절이 있어서, 스님들이 있어서 그 주변의 주민들의 삶도 좀 더 아름답고, 선하고 평화롭게 되어야 그 절이 그 지역에서 존재해야 하는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고,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절이 자신이 해야 되는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실상사가 불사를 한다면 욕심을 낸다면 산내면 전체를 다 디자인해서 실상사의 아름다움이 산내면이 다 어울려서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또 실상사에 아름다운 삶이 있다면 실상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삶도 아름다운 삶으로 내용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하는, 뭔가 이런 불사가 되도록 하는 게 불사를 제대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찰과 마을, 사찰과 지역사회에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고 외형적인 불사를 하든 내용적인 불사를 하든 그렇게 접근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실상사가 아름답다는 것은 산내면이 아름답다는 것이 되어야 제대로 하는 불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찰과 사하촌의 삶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갖고 해야 바람직한 불사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말씀드렸다.

금강스님 (미황사 주지)
저는 자랑 좀 해야겠다. 미황사가 있는 땅끝마을 사람들이 하시는 말씀이, 미황사가 잘 가꾸어지니까 땅끝마을에 태풍이 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퇴락한 사찰이 잘 마무리 되니까, 마을분들의 마음도 너그럽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저는 절이 잘 갖추어지면서 지역민들과 무엇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있다.
관광지 사찰이 지역민과 멀어지는 것은 대부분 매표와 절을 중심으로 한 상권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는 지역민들에게 ‘우리 절’이었는데, 지금은 지역민들이 절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사찰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우리도 어떻게 저기에 들어갈 것인지, 돈 관계로 절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민의 키를 사찰에 맞출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사찰이 지역사람들의 키에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마을에서는 차례상을 지역민들이 그믐날 차리고, 1월 1일은 모두 절로 불공드리러 온다. 지금도 180세대 정도가 새벽에 절로 온다. 그리고 1월 1일부터 보름까지 제가 마을에 내려가서 순회를 하면서 당제를 지내준다. 신년에는 절에 신도도 많이 찾아오고, 때로는 저도 귀찮을 때가 있으니 ‘당제라면 마을사람들을 뽑아서 해야지, 그걸 왜 스님이 하느냐’고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20년째 마을에 내려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고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지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농촌사회가 붕괴되어 피해의식이 강한데, 그런 분들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

현응스님 (해인사 주지)
이제 모든 논의가 실상사 불사의 방향과 기조로 귀착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몇 차례 더 세미나가 있겠지만 제가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조금 더 추가로 말씀드리겠다.
실상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실상사 불사의 방향과 기조를 들으면서 지역과 함께 하고자 하는 소중한 마음에 공감을 한다. 그러면서도 실상사가 갖고 있는 역사문화재와 종교적, 불교적 위치와 위상을 과연 지역에만 국한할 것인가의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실상사의 위상과 내용은 선종사에서 큰 위치일 뿐만 아니라, 요즘은 3사순례라는 신행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를 포괄하는 중요한 순례코스이고, 실상사는 이미 지역을 넘어서서 순례하고 싶은 곳, 도법스님으로 상징되는 생명평화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넘어서서 지구촌까지도 포괄하는 중심도량이 되어 있는데, 불사의 내용이 꼭 지역주민과 산내면에 국한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저는 좀 포괄적인 범위에서 큰 틀로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불사와 관련되는 부분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까 쉬는 시간에 실상사 발굴조사책을 잠깐 보면서 대단했던 사적과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아까 주지스님께서 거부감을 표현하셨습니다만, 저는 중간에 있었다던 목탑지를 복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미륵사지 탑 같은 엉뚱한 불사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황룡사 복원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리산이 연꽃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꽃술 부위에 핵심적으로 위치한 실상사의 도량환경을 보더라도, 몇 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의 염원을 담아서 목탑을 복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마 지역주민들도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극락전, 보광전, 약사전, 그리고 가운데 목탑지를 복원하고 주변에 신행문화를 담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좋지 않을까. 실상사는 여러 가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실상사의 사격(寺格)을 지역에 국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정기용 교수
실상사는 한반도 백두대간에서 지리산의 종점인데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내려올 만한 땅이다. 신이 내려오든, 부처님이 내려오든, 미륵불이 내려오든, 외계인이 온다면 꼭 이 땅에 내려올 것이다. 내가 아침에 일찍 와서 주변을 살펴봤는데, 이 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어디를 가든 내가 풍경의 중심이 되는 땅이다. 내가 중심이 되는 땅 ― 이게 아까 말씀하신 연꽃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얘기라고 본다. 바로 내가 생명이고 내가 사람이다. 이 땅은 스님이든 범속한 사람이든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이 인간을 중심에 놓게 하는 그런 독특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보살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나아가 여기는 일종의 한반도의 성지라고 생각한다. 땅만 성지인 것이 아니라 도법스님 같은 분이 계셔서 한반도에 희망을 갖게 하는, 바로 그런 것이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실체가 아닌가 한다.
저도 수지행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도대체 실상사의 범위가 어디냐?’ 하면 눈에 들어오는 산까지가 다 도량이다. 여기는 울타리가 없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절이다. 그런 면에서도 우리 나라 절이 가지고 있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실상사이다. 우리 나라는 절이 산이고 산이 절이다. 그런 특성이 있다. 그래서 절과 마을을 나눌 일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안성(眼城)내의 공동체를 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절과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가 막히고 절묘한 부분이 있다. 실상사가 마주보고 있는 곳이 천왕봉이다. 실상사는 아무데나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다. 천왕봉을 마주보는 축, 지리산이라는 질서에 실상사를 비끌어 매는 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건축은 인위적이지만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 그러한 건축의 출발점이자 종점이 실상사이다. 그래서 저는 이 땅에 사는 것이 대단히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조건이 있다. 주로 산지사찰과 평지사찰로 나눈다. 그런데 실상사는 평지도 산지도 아닌 고요하게 중심에 놓여있는 독특한 성격의 사찰이다. 불사를 할 때 모든 사찰들을 다양한 조건에 따라 분류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한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 실상사이다.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왜 편안한가. 그것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발제자 이경재 (종합)
정기용 선생님과 현응스님께서 말씀해주신 문화적 가치,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도법스님께서 지역에 기반한 실상사를 어떻게 의 문화적․생태적 가치의 중요성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도법스님께서 지역에 기반한 실상사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에 더 많은 강조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실상사가 전국적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 생태적 가치에 대한 부분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정작 지역민들이나 지역과는 동화되지 않는 모습도 많다. 저는 도법스님께서 이곳에 오래 계시면서 지역민과 소외된 부분이 있다고 실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흡한 지역민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회복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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