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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만 하고 있으면 뭐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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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6-01-25 02:22 조회2,4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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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만 하고 있으면 뭐가 되나?

 


                                                         수지행 (실상사 기획실장, 세월호 천일기도 추진위 사무국장)

 

오는 8월 28일이면 세월호 참사 500일입니다. 8월 30일이면 세월호 천일기도를 시작한 지 1년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에 있는 9인의 미수습자들, 그리고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 그리고 많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목 놓아 자식과 가족의 이름을 부르던 그 시간에서 한 발짝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 세상의 무심함과 매정함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조사회원회 출범도 희망이 되지 못하고, 국가의 최종책임자는 오히려 진실규명을 원하는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부정의 낙인을 찍어대는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이제 그만하자’는 이야기도 점점 힘 있는 주장이 되어가고 있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염원도 지리산에서 올리는 천일기도도 무슨 소용이야, 하면서 허탈감과 무력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저는 그렇기에 오히려 정말 천일기도를 하기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 우리가 했던 약속을 더욱 굳건히 하고 계속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었으니까요. 그럴까봐 시작한 것이 천일기도였으니까요.

 

천일기도, 마음을 엮어갈 지줏대

 

오늘도 세월호 기도소에 누군가 앉아 기도하는 모습을 봅니다.

지난 6월 하순에는 미수습자인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도 오셨습니다. 세월호 기도단에서 구김살 없이 재잘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던 어머니.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미수습자가 유가족이 되기를,

유가족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생존자들이 이 세상을 아픔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그것을 위해 하루 빨리 선체인양이 되어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은화 어머니의 기도는 그대로 우리 모두의 기도이지요.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들이 기도단에 오셔서 기도를 했습니다. 멀리에서도 기도하러 일부러 오셨던 신정희, 이윤순 보살님을 비롯한 우리 인드라망 회원님들. 일주일 하루 겨우 쉬는데, 그 하루를 기도에 바치기 위해 산을 넘어오신 구례 오여사님. 멀리 부산에서 기도하러 오신 수사님들, 기도단에 들러 백대서원절명상을 하는 산내식구들, 그 외에도 관광차 오셨다가 이곳에 기도소가 있음에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많은 분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아파하고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행동하는 이분들이 바로 지리산 어머니들이지요. 마음이 모아진 방명록을 보면서 거룩한 어머니의 마음을 봅니다.

 

“기도문의 이름을 읽어내리며, 불러봅니다. 한 명 한 명,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구나, 합니다… 정말로 잊지 않겠습니다. 생명을 돈보다 귀하게 여기는 세상, 그 꿈 놓지 않겠습니다.”

“산내 릴레이 단식행동으로 단식하면서 점심시간에 기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속을 비우고 기도하며 그 친구들을 떠올려보고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나부터 잊지 않고 무관심해지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수옥)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날 것 같은데, 언니오빠들은 많이 추웠을 것 같아요. … 사랑합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할 때까지, 그 이후에도 잊지 않을께요.(손주아)

“벌써 100일이네요. 두 번째 여기에 왔지만 여전히 실감나질 않아요. 무언가 계속 울컥하고요… 지금 어딘가에서 행복하시죠? 그러길 빌겠습니다.”(류시형)

“부처님의 원력으로 세월호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라며”(천주교 프란치스코 수도원 이요한)

“다 놓아도, 저의 출발점인 ‘여기’는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아온)

“어찌 잊겠습니까.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꾸 잊으라고 합니다. 가슴에 묻었는데 어찌 잊혀지나요? 무얼 바라겠습니까. 자식이 떠났는데 다만 알고 싶을 뿐입니다. 여리디 여린 내 자식이 왜 어떻게 갔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뿐입니다.”(팽랭이 아빠)

“혼돈의 바다속에 아직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 얼굴 만져주고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진실은 인양되어야 합니다.”(무명씨)

 

세월호 천일기도소의 방명록에 제일 많은 글을 남기신 분은 우리 인드라망의 어른이신 도법스님입니다. 좀 길어지겠지만 인드라망 회원님들께 몇 개라도 골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도단에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십니다. 봄을 부르는 바람이 힘찹니다. 삶은 이렇게 오고 이렇게 갑니다. 그 가운데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떠올립니다. 온 국민이 함께 했던 그 슬픔, 그 따뜻함, 그 부끄러움, 그 미안함, 그 안타까움, 그 인간다움, 그 고귀한 마음을 다시 새깁니다.”

“왜 그랬을까, 눈물 흘릴 때의 대통령 마음이 지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여한이 없게 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그 마음이 왜 바뀐 것일까. 왜, 왜, 왜… 다시 돌아오게 할 길은 없는 것일까”

“당신들과 함께 했던 슬픔이, 아픔이, 여전히 슬픔으로 아픔으로 거듭되고 있습니다. 분노와 원망, 한도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우리 모두 함께 했던 반성, 다짐, 꿈들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함께 했던 슬픔, 아픔, 분노, 원망, 한들을 녹여내고 우리의 반성과 다짐과 바람이 꽃으로 피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영령들이여, 도우소서”

“세월호 1년, ‘잊자, 끝내자’ 합니다. 그런데 1년간 무엇을 했나요?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어미의 마음이 잘못됐나요?’하는 물음 앞에서 아무 응답도 하지 못한 1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싶은 대한민국,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나쁜 마음인가요’하는 물음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일 년입니다. 그러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습니다. 잊어선 안 됩니다. 끝낼래야 끝낼 수 없습니다. 끝내선 안 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제대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 길을 찾고 열기 위해 우리 손잡고 나서야 합니다. 세월호 영령이시여, 부디 함께 하소서. 그 길에서 함께 빛나소서.”

“얘들아, 밥 먹었니? 나 점심 먹고 가는 길에 들렸어. 바람이 참 시원하다. 경전에 보면 “변화된, 변화하는 삶이 있을 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종말, 끝나는 죽임이란 없다”라고 해. 그래, 그곳은 지금 어때? 여기처럼 12시에 밥 먹는지 궁금하구나. 한낮인데 참 한가롭다. 부디 슬픔에 잠기지 않길, 두려움에 떨지 않길“

 

스님이 남겨놓으신 방명록의 진솔한 글은 그 자체로 가슴 절절한 기도입니다.

바쁜 외부활동 중에도 주말에 실상사에 계실 때면 아침 저녁 예불 후에 세월호 기도단을 탑돌이하듯 돌고 있는 스님을 봅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 의상조사의 <법성게>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음을 깨우치고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이겠지죠. 또한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제 명(命)을 다하여 억울함과 한이 없는 사회를 염원하는 기도일 것입니다.  

 

기억이 행동을 낳는다

 

세월호 천일기도 1주년이 되는 8월 30일에는 지리산권의 종교인들과 시민사회활동가들이 천일기도단에 함께 모여 기도를 올리고, 대화마당을 갖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세월호천일기도를 인연삼아 지리산권의 6개시군을 한바퀴 돌아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이전부터도 지리산 어머니의 자식으로 교류가 남달랐던 지리산권이지만 세월호 천일기도를 하는 동안에 관계가 더욱 확장되고 두터워질 수 있었다지요. 이 과정에서 이제 지리산의 가르침, 세월호의 가르침을 우리 삶터인 이곳 지리산에서 어떻게 구체화할까를 모색하며 ‘지리산 천년의 꿈’이라는 기획단도 만들어졌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은 지리산 생명평화의 꿈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지요.

 

시간이 흘러갈수록 기억은 희미해집니다. 그러나 기도와 함께 하면 그 기억은 염원과 행동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를 하는 이유입니다. 잊지 않겠다,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그 첫 마음을 항상 새기고, 진실을 향하도록 하는 지줏대입니다. 지리산종교연대와 지리산시민사회가 세월호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세월호 기도를 통해 기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제게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세월호 활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제가 그 어떤 이처럼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은 것도 세월호 천일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도 역시 바쁜 일상에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묻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먼저 돌보십시오

 

여전히 길은 멉니다. 밝혀진 것도 없습니다. 사건 발생 500일이 되어가는 지금, 작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었던 첫마음을 놓치고 희미한 기억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도를 중심에 세우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을 먼저 돌보십시오. 그러면 나머지 것들은 저절로 잘 될 것입니다. 정사각형의 한쪽각만 바로 잡으십시오. 그러면 나머지 각들은 자동으로 맞게 됩니다.”

간디는 기도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지요. 저는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가 세월호의 아픔을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으로 승화시켜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돌보아야 할 중요한 것’이고, ‘바로잡을 정사각형의 한쪽 각’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제 죄 없이 죽어간 저 소녀의 가슴 위에서 자고 깨어날 것이다. 거기가 내 감옥이 될 것이며, 해탈문이 될 것이다.” (소설 <발원> 254쪽에서)

 

얼마 전 소설 <발원>을 읽었는데, 죄 없이 죽어간 단이에게서 세월호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읽었던 사람들도 그랬다지요. 우리는 단이의 영혼을 위로하고 이 땅에 단이와 같은 운명이 없도록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주인된 백성들이어야겠지요.

오늘도 세월호 기도단에 불빛이 환합니다. 별이 된 아이들이 오늘도 묻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노’일 때 한국사회는 여전히 감옥일 것이며, ‘예스’일 때 한국사회는 자유와 해방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 한국사회는 안전한가요?”

 

※ 천일기도에 함께 하시려면 다음까페,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를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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