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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움직이는 선원 - 지리산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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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1-19 12:30 조회5,8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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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12월 1일 동안거 결제일 오후, 실상사 보광전에서는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출발을 알리는 의식이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실상사에는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계종 전문교육기관인 화엄학림이 있다. 화엄학림은 2년의 전문과정과 3년의 연구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회의 석사과정과 박사 과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중 박사과정에 해당하는 연구과정 스님 6명이 도법스님과 함께 90일간 겨울의 지리산을 순례하는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에 나섰다. 무엇이 이 스님들을 산문 밖으로 나서게 했을까?
 
 
 
욕망으로 멍드는 지리산

지리산 골짜기 곳곳이 소란스럽다. 함양 휴천에는 문정댐을, 천왕봉, 노고단, 제석봉, 반야봉 등 지리산의 대표적 봉우리에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목적이나 취지, 지역 주민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은 이 계획 속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까? 자연을 훼손하더라도 개발을 통해 시설을 유치하면 마을이 잘 살 수 있게 될까? 더 소유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과연 사실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50년 전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요즘 시대, 우리는 50년 전보다 수십, 수백 배 더 평화롭고 행복한가? 밥을 못 먹어서 굶는 시대가 아닌데도 우리는 왜 이렇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인가? 가난한 가운데서도 늘 안부를 묻고 삶을 나누던 이웃, 그 이웃이 모인 마을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소유의 욕망을 소유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바닷물로 갈증을 해결하려는 것과 같아서, 끝내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더 소유함으로써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환상이 만들어낸 사건이 지리산댐과 케이블카 계획이다.
 
 

지리산은 어떤 곳인가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이 남으로 남으로 흘러 우뚝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산, 역사 이래 범민족 범시민의 입장에서 성스러운 산으로 신앙해온 곳이 지리산입니다. 민족의 고매한 사상과 정신, 뜻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꾸어온 고마운 곳입니다. 민족의 아픔을 따뜻하게 품어 치유하고, 민족의 높은 이상과 가치를, 풍부하게 길러온 거룩한 곳입니다. 자연생태의 축과 내용이 제일 크고 풍부하여 생명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려갈 대표적인 곳입니다. 우리 문명의 원형이요, 뿌리요, 고향이요, 대안이 될 지역농촌공동체 마을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귀중한 곳입니다. 지역의 산이면서 국민적으로 마음이 모이는 상징성이 큰 곳입니다. 우리민족의 오늘과 내일의 아픔과 희망을 모두 품어안고 갈 성스러운 곳이 지리산입니다.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고불문 중에서>
 
 
 
지리산과 불교
 
불교는 천 수백 년 동안 지리산과 함께 했습니다. 지리산은 자연스럽게 세존대, 문수대, 칠불, 천왕봉, 제석봉으로 불리어지는 부처님의 몸이 되었습니다. 불교사상과 정신이 오래 전에 이미 반야봉, 연화천, 향적대, 금강대로 불리도록 지리산으로 육화되었습니다. 골골마다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 벽송사, 실상사등 무수한 절들이 깃들어 장엄한 하나의 큰 도량을 이루었습니다.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고불문 중에서>

연기조사가 창건한 화엄사, 진감국사가 창건하였으며 우리 음악의 원류가 되는 범패의 고향 쌍계사,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불교가 시작됨으로써 조계종의 모태가 되는 구산선문 최초가람 실상사, 조선 중기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불교를 다시 일으키는 중흥조 서산대사 청허휴정을 배출한 마천의 벽송사 등 지리산 골짜기마다 자리 잡은 사찰은 한국 불교사에 뚜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천은사, 대원사, 내원사 등 골짜기마다 가람이 자리 잡았으니, 좀 더 넓게 보면 지리산 전체가 한 도량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사찰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니, 사찰로 인하여 마을이 자리 잡고, 마을로 인하여 사찰이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런 만큼 지리산권 불교는 지리산과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깊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리산이 살려온 불교이기에 이제 불교계가 지리산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부처님 몸, 부처님 도량이 된 지리산을 성지로 지키고, 가꾸고 빛나게 하는 일은 정법 불교를 우리시대에 구현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대비원력의 보살행입니다. 지리산 성지화 운동은 파사현정의 정법불교, 구세대비의 정법불교의 활로를 열어가는 대작불사임을 확신하고 불교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큰 걸음을 내디뎌야 마땅할 일이기에 주저 없이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고불문 중에서>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지리산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지리산에 깃들어있는 수많은 삶들의 평화와 행복을 우선적 가치로 하는 지리산 정책이 되어야 함을 알리기 위해 '지리산 성지화'를 제기하며 묵묵히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움직이는 선원은 정체된 간화선 수행의 대안을 모색하는 수행 운동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존의 조용하고 안정된 수행 도량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탐진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중생들의 삶의 현장을 수행 도량으로 삼을 것입니다. 기존의 법당, 선방 중심의 은둔적이고 정적인 기도, 참선 수행이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목전에서 시시각각 생로병사의 피눈물이 소용돌이치는 생사의 현장길을 걸으며 불법의 진면목, 자신의 진면목을 실답게 참구하고 만날 것입니다. 주관적인 자아도취, 자기 안주의 벽을 허물고 도반들과 더불어 허심탄회하고 치열하게 법과 수행과 삶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탁마를 통해 아상산(我相山)과 인상산(人相山)을 파헤치는 수행을 할 것입니다. 대승보살의 원력이 뜨겁게 꿈틀거리고 대무심, 대자비가 활발발(活潑潑)하게 실천되는 참수행, 참보살행의 삶이 일상의 삶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전 존재를 불태우는 움직이는 선원의 동안거를 시작합니다.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고불문 중에서>
 
 
 
12월 1일 실상사를 출발하여 인월, 운봉, 주천, 구례, 하동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를 걷고 있다. 아침에 생명평화 100대서원 절명상을 하고, 하루 14Km 정도를 침묵으로 걸은 뒤 다시 생명평화 100대서원 절명상을 한다. 밥은 순례길 인근 사찰에서 얻어먹고, 잠도 인근 절에서 얻어 잔다. 평소 편안하게 지내던 거처를 떠나 주어지는 조건 따라 탁발하면서 수행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서 열린 화엄광장에서 조성택 교수는 '길은 지나온 뒤에 돌아보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움직이는 선원 동안거 순례단이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산중불교의 희망이 싹트고, 불교 수행의 대안이 싹트며, 지리산 순례길이 열리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행여 지리산에 왔다가 가슴에 작은 천을 두르고 지리산 둘레길이나 마을길을 걷는 일행을 만나거든 잠시 침묵의 걸음을 함께 해 주시라. 움직이는 수행을 통해 모든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탁발하는 걸음에 합장으로 축원해 주시라. 무엇보다 나 자신이 지리산이며 지리산이 나 자신과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살펴 이 길에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 원묵스님:
지리산실상사로 출가,
현재 화엄학림연구과정(화림원)에서 수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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